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장편소설
  •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연도 : 2020
  • ISBN : 9788954671033
  • 자료실 : [세곡마루]자료실
  • 청구기호 : 843-모58ㄴ
사서의 한마디

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펜/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단숨의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유산을 물려받고, 좋은 학벌과 아름다운 외모등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향한 냉소이고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일상과 관계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촘촘하게 일상의 루틴을 계획하여, 1년간 동면에 들어가는 계획에 착수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그녀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을까?


출판사 서평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환멸 나는 현실에서 시선을 거두고 잠으로 도피한다는 아늑한 환상


주인공의 ‘동면 계획’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 수거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모든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돌리고, 재산세도 일 년 치를 선납했다. 눈을 뜨면 음식을 먹고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다. 일 년간 원하는 만큼 자고 나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삶은 꿈이 되리라고, 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에게 “정신과 육체의 감옥을 탈출하고픈 소망” 때문에 괴롭고 불면에 시달린다고 말하자, 닥터 터틀은 그게 “별로 드문 일은 아니”라며 선뜻 다양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면서 보건당국와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팁까지 알려준다. 과연 ‘돈 걱정, 사람 걱정 없이 일 년간 푹 자고 일어난다’는 이 부럽고도 환상적인 계획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낮이나 밤이나 내내 잤고 중간에 두세 시간 정도만 깨어 있었다. 참 좋구나,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잠이 생산적인 일이라고 느껴졌고, 무언가 정리되고 있었다.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난 괜찮아질 것이다.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71p)

주인공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한줌씩 입에 털어넣는 온갖 약물의 반은 실제이고 반은 작가가 지어낸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약물 부작용과 숙면을 방해하는 해프닝들로 동면 계획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주인공은 불지옥인 ‘인페르노’를 연상시키는 가상 약물 ‘인페르미테롤’을 만나 사흘에 한 번씩 깨어나며 마침내 순조로운 수면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말갛게 깨어난 주인공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이 눈을 뜬 날은 2001년 6월 1일, 그리고 세 달 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한다. 살고 싶어서 잠의 한 해를 보낸 뒤 눈을 뜨고 직시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의 광경 앞에서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늑했던 도피의 여정 끝에 나타난 것이 무엇이든, 결국은 온전히 깬 채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그다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엄연한 진리를 깨닫지 않았을까. 그게 비록 죽음일지라도.



저자소개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바이스〉 〈파리 리뷰〉 〈그랜타〉 〈뉴요커〉 등에 단편소설을 게재했다. 2014년 중편소설 「맥글루MCGLUE」로 펜스 모던상과 빌리버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5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놀라운 장편 데뷔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6년 펜/헤밍웨이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7년 소설집 『별세계를 그리워하며HOMESICK FOR ANOTHER WORLD』로 스토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8년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가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가디언〉과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개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십 년 주기로 발표되는 〈그랜타〉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2017)에 선정되는 등 오늘날 영미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역자 : 민은영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 『곰』, 아모스 오즈 『친구 사이』, 파울로 코엘료 『불륜』,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차일드 인 타임』, 존 치버 『존 치버의 편지』, 폴 하딩 『에논』, 세라 윈먼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 등이 있다.